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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감상문

게임) 압화 이야기

제작자: ガキノハウス

한글화: casw님 (https://caswac1.tistory.com/entry/%EC%95%95%ED%99%94-%EC%9D%B4%EC%95%BC%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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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한 감상문.

 

 과거 제일 가던 플라워 메이어였던 주인공 루카히가 면식이 있는 마법병대장 스탈웨브의 동생 모리스를 이번 성탄제 때 플라워로 만들기 위한 이야기. 

 처음에는 프린세스(플라워. 왕자와 결혼), 그 다음에는 메이사 - 앨버트(같은 세이브파일 이용), 코랄가의 아가씨- 교사 엔딩(세이브 파일 이용) 마지막으로 스토리 엔딩을 봤다. 스토리 엔딩의 여운이 너무 짙어서 더 이상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달릴 마음이 썩 들지 않아서 정지. 

 일기에도 감상문 적어놓고 굳이 컴퓨터로 또 적어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여운을 짙게 느꼈다. 프린세스를 볼 때도 사실 꽤나 감동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일단 모든 루트의 공통 스토리 구간에서 느낀 감동을 프린세스 엔딩과 함께 봐서 특히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작(무구한 괴물, 소년기전 엔보이즈)를 플레이하고 후일담을 먼저 봤기 때문에 모리스의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면 슬프기 짝이 없기도. 어쨌든 자신의 인생을 후회(라고 표현해야 할 지 확실치 않지만 일단 나는 그렇게 표현하는 걸로)하는 루카히에게 고맙다고 말을 전하는 모리스, 그리고 자신이 사랑받기 때문에 플라워가 되겠다고 말하는 모리스는 어떻게 보면 결국 스스로 압화가 되는 형태로도 해석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해서 감동 플러스 슬픔이었다.

 그 다음 봤던 메이사, 앨버트 엔딩의 경우에는 앨버트는 솔직히 썩 내 예쁜 제자를 너에게 굳이 줘야할까의 감상(특히 소년기전 엔보이즈를 봤더니)이었지만 어쨌든 보기 좋은 세이브파일이라 다 봤다. 루카히가 모리스를 위해 아무말 하지 않고 모리스의 등을 떠미는 그 모습이 루카히의 성장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줘서 이때도 눈물이 펑펑.... 코랄가의 아가씨나 교사 엔딩은 루카히도 모리스도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이게 더 행복해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왕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하생략이지만)

 일단 이 감상문을 시작하게 만든 스토리 엔딩. 오빠 스탈웨브와의 엔딩은 '스토리 엔딩'이란 명칭 답게 엔딩 명칭도 '압화 이야기'고 깔려있던 모든 떡밥이 회수되는 엔딩이었다. 이 엔딩말고도 다른 엔딩에서도 루카히의 성장과 모리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지만 둘의 성장이 극에 달하는 엔딩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이 둘의 성장말고도 인상 깊은 건 루카히의 인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갔기 때문에 특히 여운이 남았다(또 눈물난다)

 프린세스 엔딩에서의 모리스는 본인이 사랑하는 오빠의 바람대로 자신이 원치 않더라도 강한 마음으로 압화가 되길 선택한다는 느낌이라면, 이 엔딩에서는 모리스를 아끼게 된 성장한 루카히가 모리스를 지지해주고, 그로 인해 성장한 모리스가 사실 그 누구보다 약한 스탈웨브를 포옹한다는 느낌. 루카히가 모리스에게 당신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사실 모리스에게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무언가는 신분이 어떻든 위치가 어떻든 어떤 풍파를 만나든 그대로 존재한단 걸 깨달았기 때문에 루카히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루카히가 과거 자신의 삶에 흔들리는 걸 붙잡아 준 게 고맙다고 말한 모리스고, 그리하여 루카히가 모리스에게 행복을 잡으라고 보내는 흐름이 가능했다 느꼈다. 결국 서로가 상호성장한 셈. 

 루카히의 동생이 사실 어떤 심정으로 '가족'을 지켰는 지가 나오고, 그리고 루카히에게 물건을 보낸 자가 누군지 밝혀지는 장면은 결국, 루카히가 생각한 '압화', 모든게 짓밟혀진 압화는 사실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압도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 느꼈다. 결국 각자가 생각하는 보물은 결국 잊히지 않은 채고, 설령 루카히가 그 제자들을 꾹꾹 눌러가며 플라워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결국 플라워가 되지 않고 뛰쳐나간 아가씨처럼 모두가 결국 완전히 눌러지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던 셈이다. 루카히의 인생에 대해 아가씨들은 너를 원망할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표현할 수 없다는 걸. 

 현대판으로 넘어간다면 좀 더 다른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게임의 세계관은 '신분이 전부'인 세계. 즉 사회가 절대 벽(혹은 악?)인 세계기 때문에 루카히의 죄책감에 대해 면죄부를 쉽게 쥐어줄 수 있다 느꼈다. 무엇보다 루카히가 면죄부를 쥘 수 있는 건, 결국 우고를 구하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다고 모리스와 함께 말하는 여자란 걸 플레이어가 알게 만들었기 때문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다른 무료게임 카모카테랑 비교한다면 개인적으로 게임성이라던가 그런 것들은 카모카테쪽을 더 좋아하지만, 일직선의 스토리 게임이 가지는 강대한 장점, 몰입도와 확고한 주제의식이 잘 살아있다고 느꼈다. 시대가 아무리 옭아매어도 그리하여 아무리 짓밟히고 뭉개져도 그 속에서 어떻게든 피어오르는 존재가 있고, 그들은 어떻게든 소리를 내고 있다. 정말 제작자가 원하는 주제가 무엇이었던간에 내가 느낀 감동은 그 포인트였고, 이틀동안 내리 플레이하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